고분자 시대

  현대의 생활은 합성 섬유, 플라스틱, 고무 또는 접착제와 같이 인공적인 변환으로 만들어진 물질에 의하여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이런 새로운 물질은 나무나 철, 시멘트와 같은 천연 재료보다 강도, 수명, 가공성, 염색성, 접착력, 응고력 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값싸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합성 고분자의 생산량이 금속, 목재, 또는 천연 섬유의 생산량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현대가 '고분자 시대'임을 느낄 수 있다.

20세기에 개발되기 시작한 합성 고분자는 천연 소재를 대체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천연 소재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더욱 유용하다.

  대표적인 합성 고분자인 폴리에틸렌은 그 생산량이 목재 생산량을 능가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 생산되고 있다. 폴리에틸렌은 값싼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농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계절 의존성을 제거하였고, 밭작물의 경우에는 제초제의 사용량을 줄이는 데이도 크게 기여하였다. 폴리에틸렌은 식품의 포장재로도 유용해서 현대의 식생활 개선에도 기여하였다

  최근에는 고분자를 더욱 개량하여 기존의 소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능을 가진 기능성 고분자도 합성되고 있다. 금속과 같이 전기를 전도하는 전도성 고분자, 압력을 가하면 전기를 발생하는 압전성 고분자, 전류를 흘려주면 빛을 발생하는 발광성 고분자, 인공 뼈와 인공 혈관 등의 인조 장기와 병균의 전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해 주는 일회용 주사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의료용 고분자 등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런 고분자들은 물론 새로운 기억 소자 또는 표시 소자 등으로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 기기에 사용된다. 또한 실리콘 등의 무기 원소를 이용한 무기 고분자들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스포츠용품 등은 물론 상온에서 무한히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는 고온 초전도체와 같은 첨단 소재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고 석고를 대체할 수 있는 고분자도 개발되었다.

  우수한 특성을 가진 고분자의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대량 생산으로 사용량이 급증하였고 이제는 이들의 폐기에 따른 자연 환경의 파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분자의 생산에는 막대한 양의 원료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고분자의 효율적인 활용은 물론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공적으로 합성된 고분자들이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걱정이지만, 전 세계의 60억 인구가 [천연] 물질에만 의존할 경우에 생태계에 미칠 심각한 영향을 고려한다면 합성 물질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만이 환경 보호의 길이 아님도 인식하여야 한다. 가볍고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고분자의 개발은 에너지와 물질의 절약에 기여하여 궁극적으로는 자연 보존에도 도움이 된다. 종이를 대체하는 고분자의 개발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실제로 일어난 환경 오염을 해결하는 데이도 고분자가 이용되기도 한다. 비닐로 만든 쓰레기봉투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예이고, 바다의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 사용하는 차단막이나 흡유포도 고분자로 만들어진다.